연매출 200억 회사가 비용을 관리하는 방법 (feat. 코드잇)
코드잇은 올해 매출 200억을 바라보고 있어요. 작년 보다 5배 성장했습니다. 1년 만에 팀원은 2배 가까이 늘었고요. 그럼에도 회사의 잡플래닛 평점은 4.7입니다. 엄청난 수치죠.
어떻게 이렇게 빠르게 성장하면서도, 좋은 문화를 만들었는지 궁금했습니다. 팀원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생겨나는 비용들을 어떻게 관리하시는지도 여쭈어보고 싶었고요. 만 20세에 코드잇을 시작한 강영훈 대표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런 분들에게 추천하는 글이에요.
- 코드잇의 시작이 궁금했던 분
- 자율적인 조직 문화가 어떻게 탄생할 수 있었는지 궁금했던 분
- 회사 규모가 빠르게 커지면서 발생하는 어려움이 궁금했던 분
- 어떻게 회사의 비용을 줄일 수 있을지 고민이었던 분
- 직원이 100여명인 회사에서는 SaaS 관리를 어떻게 하는지 궁금한 분
하이라이트.
- 공부에 재미를 느낀다는 게 사실 인생의 치트키잖아요.
- 공동 창업자가 한달 반 만에 과외로 1500만원을 벌어 왔어요. 그걸로 처음 1년 동안 생활했습니다.
- 열심히 하는 분은 집에서도 열심히 할 것이고, 열심히 하지 않은 분은 회사에 나와서도 열심히 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있어요.
- 예상했던 경우보다 SaaS 결제가 많이되고 있는 경우는 보통 두가지더라고요.
- IT 장비 보급 정책을 바꾼 것이 회사 비용을 줄이는 데 임팩트가 있었어요.
1️⃣ 시작
Q. 교육 분야에서 사업을 시작하게 된 이유가 뭔가요?
원래 공부를 좋아하지 않았어요. 사회 분위기 상 공부를 잘해야 한다고 하니까 요령껏 성적 잘 받으려고 하던 사람이었거든요. 그러다가 칸 아카데미를 만든 분이 하는 온라인 강의를 듣게 되었는데요. 그분이 가르치는 건 뭐든 재밌더라고요. 막 웃기게 가르치는 분도 아니었는데 말이죠. 대학에서도 정말 잘 가르치는 교수님 두분을 더 만났고요.
덕분에 공부라는게 어떻게 전달을 하느냐에 따라서 재미있을 수도 있는 거구나 라는 걸 배우게 되었어요. 공부에 재미를 느낀다는 게 사실 인생의 치트키잖아요. 게임을 좋아할 수도 있고, 술을 좋아할 수도 있는데, 하필 공부를 좋아하게 된다는 건 복인거죠. 그래서 어떻게 가르치는지가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Q. 교육 중에서도 코딩으로 시작한 이유는 뭔가요?
2015년 당시에는 코딩 교육 시장이 아직 치열하지 않았어요. 앞으로 정말 커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제가 직접 강의를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코딩 교육으로 시작했어요.
Q. 창업하고 5년 동안이나 투자를 받지 않으셨더라고요. 어떻게 버티신 거예요?
우선 1년 동안은 아무도 뽑지 않고 공동창업자 둘이서 작업을 했어요. 친구들이 여름 방학 때 무급으로 도와주는 정도만 있었고요. 덕분에 비용이 많이 필요하지 않았던거죠.
그럼에도 저희 두명의 생활비, 오피스텔 월세가 필요하긴 했거든요. 한 1500만원이 있으면 1년 동안 걱정 없이 지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코파운더가 당시 대학교 2학년이었는데요. 최소한의 시간으로 최대한 빨리 벌어보자 해서, 과외를 열심히 했어요. 그렇게 한달 반 만에 1500만원을 벌어와가지고, 그걸로 1년을 생활했어요.
Q. MVP가 9개월이 걸렸어요. 꽤 오래 걸린 것 같은데 이유가 뭐였나요?
당시 저희가 만으로 20살이었어요. 역량이 부족해서 오래 걸렸던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저희부터가 아직 어리고 부족했기 때문에 공부와 업무를 병행하는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린 스타트업이라는 방법론이 많은 경우에 좋다고 생각하지만 아닐 때도 있다고 생각해요. 당시에 코딩 교육 시장이 덜 치열하다고 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무료 강의나 저렴한 유료 강의들이 꽤 있었어요. 선택을 받으려면 강의 컨텐츠 퀄리티가 중요하다고 생각했고요. 빠르게 대충 강의를 만들어 한달 만에 강의를 런칭해서 반응이 없으면, 강의가 별로여서 반응이 없는건지 아닌건지 확인하기가 애매할 것 같았어요.
한번 만들 때 장인 정신으로 갖고 더 높은 퀄리티의 컨텐츠를 만들어야 테스트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었던거죠.
2️⃣ 문화
Q. 잡플래닛 리뷰를 보면 코드잇의 자율적인 문화를 좋아하는 팀원분들이 굉장히 많더라고요. 자율적인 문화로 팀을 이끌 수 있었던 배경을 듣고 싶습니다.
기본적으로 구성원분들이 제 눈 앞에서 8시간 일하는 게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열심히 하는 분은 집에서도 열심히 할 것이고, 열심히 하지 않은 분은 회사에 나와서도 열심히 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있습니다. 그리고 개발, 마케팅, 디자인, 컨텐츠 제작과 같은 업무는 시간에 비례해서 결과물이 나온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단순한 노동 시간보다 개인의 역량이 훨씬 중요한거죠. 그래서 믿을 수 있는 구성원분들을 모시고,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Q. 반말을 쓰는 독특한 문화도 있더라고요.
맞아요. 저희가 반말로 대화하는 문화가 있어요. 팀원들끼리 더 편하게 소통할 수 있다면, 업무 요청도 더 잘할 수 있고, 친밀감도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회사가서 팀원들 만나는 게 더 즐거울 수 있는거죠.
그런데 이런 문화가 약간만 어긋나도 너무 동아리 같아질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어요. 그래서 더욱더 채용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저희 문화를 특별하게 여기는 구성원들이 많기 때문에 이 문화를 잘 보존할 수 있는 속도로 채용하고, 그런 구성원들만 모시려고 했고요.
3️⃣ 비용 관리
Q. 지난 1년 동안 회사 규모가 2배가 되었어요. 어려움은 없었나요?
인원이 늘어나는데도 자율적인 운영을 하니까 비용 관리가 어려워 지더라고요. 예전에는 소프트웨어나 기기를 구매할 때 프로세스가 느슨해도 큰 이슈가 없었는데, 규모가 커지니 생각하지 못했던 곳에서 비용이 많이 나가게 되더라고요. 나가서는 안 되는 비용이 나가기도 하고, 어디에 얼마 썼는지 파악도 잘 안되고요. CFO 분이 오셔서 프로세스도 재정립을 해주신 게 큰 도움이 되었어요. 심플리를 도입한 것도 임팩트가 컸고요.
Q. 이전에 SaaS 관리는 어떻게 하고 계셨나요?
앰플리튜드, 브레이즈와 같은 비싼 도구는 경영진이랑 같이 소통 해서 구매를 했고요. 개개인이 쓰는 사스 툴 같은 경우에는 팀 리더분에게 물어보면 웬만하면 컨펌을 해주는 프로세스 였어요. 구매한 사스를 관리하기 위해서 노션도 써보고, 구글 시트도 써봤는데, 잘 안되더라고요.
진짜 문제가 있다고 느낀 순간이 있었는데요. 퇴사자 분들이 구독하고 있는 SaaS에서 계속 돈이 나가고 있던 걸 발견했던 순간이었어요. 예를 들어서 셔터 스톡이 매달 결제되고 있었는데 실제로 쓰이고 있는 건지, 퇴사자가 구독해 놓은건지 확인할 방법이 없었거든요. 슬랙에서 전체 구성원분들을 태그해서 누가 쓰고 있는지 물어볼 수 밖에 없는거죠.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으면 퇴사자가 구독한 건가 보다 하고요.
심플리를 보면 누가 어떤 SaaS를 얼만큼 쓰고 있는지 개개인별로 볼 수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Q. 심플리가 퇴사자 계정으로 결제되던 SaaS를 발견하는데 도움이 되나요?
심플리로 많이 발견했어요. 지금은 퇴사 프로세스 중에 심플리 보면서 어떤 SaaS가 구독되어 있는지 살펴보고 해제하는 절차를 만들었고요. 예전에 퇴사했던 분들 계정으로 결제되는게 있는지도 확인해보고 있어요.
예상했던 경우보다 SaaS 결제가 많이되고 있는 경우는 보통 두가지더라고요. 하나는 앞에서 이야기 했던 퇴사자 계정으로 돈이 나가고 있는 경우이고, 다른 경우는 필요한 것보다 높은 플랜을 사용하거나 더 많은 구성원이 사용하는 경우였어요. 예를 들어 디자인 툴로 캔바를 쓴다고 해 볼게요. 비용이 발생하는 수정 권한 계정은 10명만 있으면 충분한데, 실제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수정 권한 계정으로 쓰고 있는 거죠.
덕분에 SaaS를 구매할 때 한번 더 고민하게 되는 프로세스가 생긴 것 같아요. 정말 필요한 제품이 맞는지, 더 효율화 할 수 없는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Q. 그외에 회사 비용을 줄이는데 도움이 되었던 건 뭐가 있었나요?
IT 장비 보급 정책을 바꾼 것이 임팩트가 있었어요. 기존에는 입사시에 장비 구매로 500만원을 쓸 수 있게 했었거든요. 3년 근속시 새로운 컴퓨터를 맞춰드리기도 했고요. 그러다보니 굉장히 많은 비효율이 발생했던 것 같아요. 실제로 사용되지 않는 장비들이 많아졌어요.
그래서 오피스를 자율 좌석으로 바꾸고, 똑같은 모니터를 모든 좌석에 일괄적으로 배치했어요. 컴퓨터도 무조건 새것을 구매하지 않고, 괜찮은 중고 제품이 있으면 그걸 전달드렸고요. 퇴사자가 남기고 간 제품을 재사용 하는 거죠. 물론 너무 오래되었거나, 이상이 있는 제품이라면 새로 구매하고요. 대신 50만원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원하는 장비를 구매할 수 있도록 복지금을 드리는 것으로 정책을 변경했습니다.
4️⃣ SaaS
Q. 한달에 SaaS 비용은 얼마나 많이 나가나요?
추정이지만 MongoDB, AWS, 원티드, 틱톡 광고 등 제외하면 월 2~3천만원 내외로 예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어떤 SaaS를 쓰고 있나요?
경영 관리 쪽에서는 프릭스, 나인하이어, 유니포스트, 쿼타북, 더존을 쓰고 있어요.
Q. 잘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SaaS 하나 추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슬랙, 노션과 같은 제품 제외하고 이야기 해 볼게요. 심플리도 제외하고요. 얼마전부터 계약 관리 도구로 프릭스를 쓰고 있는데 굉장히 만족스러워요.
하루에도 서명해야 할 게 정말 많아요. 그래서 기계적으로 적은 클릭으로 빠르게 서명을 완료할 수 있는 UX가 중요하거든요. 그런데 그런 측면에서 프릭스가 UX를 빠르게 개선해 가는 것 같아요. 이전에 썼던 도구들에서 느꼈던 사소한 불편함들을 많이 해소해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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